한미정상회담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0일 워싱턴DC로 출발해서 이튿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40여일 만이다. 한미 간에는 정상 간에 논의해야 할 여러 현안이 있지만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단연코 북핵이다.
하노이 회담이 결실을 보지 못하자 북핵 협상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비핵화 정의와 방식을 둘러싸고 북미 양측의 입장차가 현격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냉각 기간이 길어지면 양측의 간극이 더 벌어져 결국 북핵 문제는 원점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핵 담판이 결렬된 후 두 달도 안 돼 한미가 `포스트 하노이` 전략을 세우고 새판짜기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이번 회담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하노이 핵 담판은 북미 간의 견해차를 확연히 드러냈다. 북측은 `단계적 비핵화`를, 미측은 `일괄타결 식 빅딜`을 주장하면서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으며 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한손에는 `빅딜 문서`를, 다른 한손에는 `대북 제재`라는 무기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와 핵물질의 미국 이전,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ㆍ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의 해체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제재에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미가 비핵화를 두고 대치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고 바람직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김 위원장과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미대화를 지속해나갈 뜻을 분명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미 양측의 간격을 좁혀 대화의 문으로 끌어내야 할 난제를 안고 미국으로 향하게 됐다. 북미 교착을 풀고 대화 재개의 동력을 살려내는 `중재자` 또는 `촉진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회담이다. 남북경협은 말할 것도 없고 인도주의 차원의 대북 지원과 남북협력사업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중재자`이지만, 한편으로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두 정상이 진솔한 대화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비핵화 경색 국면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본래 예정된 궤도에 다시 올려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