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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외호 칼럼] 묵내뇌(默內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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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외호 칼럼] 묵내뇌(默內腦)

우외호.jpg
우외호 논설위원

햇살이 부서지는 소리가 석류 알처럼 탐스런 계절, 자연을 벗 삼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에 몸부림이 날 것 같다.
 

산허리를 감아 도는 운무(雲霧), 정중동 속의 적막한 고요, 갓난아이의 눈빛처럼 순수한 햇살과 애수 어린 노을, 그 뒤로 봄 처녀처럼 살랑거리며 다가서는 매화풍 등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계절의 선물만 가득한 때에, 서예에 심취한 친구로부터 의미 있는 `묵내뇌(默內腦)`란 글귀를 선물 받았다. 
 
`묵내뇌`는 서체의 획이 굵고 선명하면서도 중후하고 깊이가 있는 글귀였다. 많은 시간이 경과한 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됐다. 겉으론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속으로는 우레와 같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까? 친구가 왜 이렇게 무게감 있는 글귀를 선물하게 되었는지 장고의 늪에서 한참을 헤매다가 간신히 짐작할 수 있었다.
 
사업 실패로 위기에 직면한 필자의 가슴속은 장작불 지펴 놓은 가마솥 같지만, 겉으로 평온한 모습을 취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었다.     
 
`묵내뇌`란 의미에 대한 초록의 영감이 떠오르는 어느 순간이었다. 책에서 본 우화가 생생하게 펼쳐졌다. 그 책에서는 늘 평화롭고 여유로운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선생님은 정말 행복하시겠습니다"고 물을 때마다 그는 고개를 저어며 "저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가 물 아래서 얼마나 열심히 두 발을 움직이고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내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으려면 잠시도 쉬지 않고 두 발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표현할 수 없는 매우 수준 높은 답변의 경우이다.
 
소위 천의무공한 사람들은 속에서 뇌우(雷雨)가 치면 겉에서도 뇌우가 차고 속이 텅 비었으면 겉도 평온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성의 제어장치가 고장 난 정신병자나 도를 달관한 사람들이 이 부류에 들 것이다.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은 속에서 부글부글 끓을 땐 겉으로 태연한 척하기가 어려울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척에도 급수가 있다고 할 것이다. 가장 하책(下策)은 내부의 감정을 아름답게만 보이려고 하는 아첨꾼들이 하는 척이고, 중책(中策)은 무조건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막는 데만 급급한 자들의 척이다. 고수에 해당하는 상책(上策)은 내부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기에 앞서 자신에게나 상대에게나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순화시키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척일 것이다.
 
오리의 평화로움은 아마도 이성의 여과 장치와는 관계없이 그저 본성에 충실한 관계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오리를 대단히 심오한 감성 체계를 가진 사람과 맞대어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이기는 하지만 현상과 내면의 차이와 그 관계성을 적절하게 알려주는 오묘한 비유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지극히 추상적인 문자로 표현한 `묵내뇌`는 곱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평화란 절대적인 평온의 상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부단히 움직이고 사고하는 동적(動的)인 평형상태라는 것이다.
 
오리의 겉모습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오리 물아래의 모습은 발헤엄을 엄청나게 치고 있어서 마치 물 위에 평화롭게 둥둥 떠다니는 양 보일 뿐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냥 남들은 다 좋아 보이고 행복으로 가득한데, 오직 자신의 어려움만 크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러나 상대의 가슴속 뚜껑을 열어보면 용광로처럼 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리를 평화스럽게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하는 것처럼 인생 또한 이와 마찬가지란 것이다.  
 
`묵내뇌`를 보낸 친구 역시 늘 평온해 보이지만 내면에서 우러나는 고뇌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필자 또한 평화로움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간 무엇을 해야 되는지를 깨닫게 됐다. 친구와 왕래되는 것은 내부적으로 부단한 교류와 소통으로 신진대사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다음에 펼쳐질 큰 평화와 믿음을 위한 것이다.
 
얼마 전 `평온의 숲으로`라는 책을 보았다.  인생의 파도를 만난 당신에게 오늘 다시 시작할 용기를 선물하는 책이었다. 저자는 평범해 보이는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심코 지나치는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행복은 가까이 있지만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해 놓칠 뿐이란 것이다. 어느 산골 마을을 상상해 보자. 그늘 막에서 고이 잠든 노인, 정갈하게 놓인 장독대, 눈을 크게 굴리는 강아지, 텃밭에는 오이와 호박이 주렁주렁, 닭장에는 토종닭이 알을 낳는 이 풍경들이 얼마나 평온한가. 그렇다면 평온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친구가 필자의 복잡한 속내를 읽고 선물한 `묵내뇌`는 작금(昨今)의 현실로 통하는 천금과도 같은 선물이다. 머리맡에 붙여놓고 아침마다 묵상하며 하루를 시작하게 되면서 필자 또한 평온함을 맛보게 됐다.
 
`부모 팔아 친구 산다` 속담처럼 벗을 사귀는 참된 우정의 가치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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