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온천천변에 나갔는데 이미 벚꽃은 지고 그 자리에 푸른 이파리들이 여기저기 가지마다 솟아올랐다.
노오란 민들레는 어느새 둥근 씨방을 달고 바람 오기를 기다리고, 파릇파릇 삐죽 나온 청포잎은 쑥쑥 올라와 마치 푸른 융단을 깔아놓은 것처럼 온 뜨락이 푸르고 푸르다.
봄은 누가 뭐라 해도 소생의 계절임에는 틀림이 없다.
벌써 밥상에는 도다리쑥국을 비롯해 냉이무침 달래를 넣은 된장찌개는 별미 중에 별미다.
저 유명한 중국 명나라 때 시인 고계는 봄을 두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
도수부도수 渡水復渡水
간화환간화 看花還看花
춘풍강상로 春風江上路
불각도군가 不覺到君家
물 건너 또 물 건너
꽃구경 또 꽃구경
봄바람 강변길에
어느덧 남의 집이
봄꽃향기에 취하고 온천천 물 흐르는 소리에 내 귀가 잠겨 한참 동안 세병교 위로 오가는 자동차 행렬이 분주히 드나들이 한다.
부산 도심 한가운데에 이런 비경이 있다니 한참 동안 관망하다가 귀가했다.
보아라 자연은 아무런 내색도 없이 모든 걸 받아 들이고, 남을 속이거나 사기를 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나타낼 뿐이다.
본 위원은 그런 모습 속에서 새로운 인생을 보고 배운다.
봄나들이 속에서 자연의 조망은 무심의 경계를 만나게 되고 또한 무한한 자연의 모습을 보고 배운다.
어떻게 보면 일체무애인(一切無碍人)으로서 살게 하는 힘을 주시기 충분하다.
당나라 시대 대시인 도연명은 "채국동리하(採菊東離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 동쪽 담 밑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꺾어 들고, 유연한 마음으로 남산을 바라본다" 이 얼마나 유유자적한 소리인가.
여유와 공간의 여백이 묻어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우리 창원일보 독자님들은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뭇사람을 대할 때 떳떳하고 유연한 가짐으로 해야 됨도 그야말로 사필귀정이 아닐까.
남이 장에 가니 따라가는 게 아니고 나 또한 목적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사고방식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 동산이나 들녘에 나가면 봄꽃이 지천으로 열렸다. 진달래, 산수유, 미스킴라일락, 제비꽃, 연산홍, 목련, 할미꽃 등 꽃 특유의 향을 머금고 서 있다.
자 이제 묵은 때를 씻고, 봄을 만끽하자. 정원에는 벌써 수국이 둥근 씨방인지 꽃인지 붉게 푸르게 희게 사람을 기다린다.
어느새 무화과에도 넓은 이파리가 하나 둘 나기 시작하고 수련도 푸른 잎을 들어내었다.
봄은 멀리 있는 게 아니고 벌써 내 앞에 서성거린다. 속이 갑갑하고 편치 않으면 일단은 귀하가 있는 그곳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가라. 그러면 봄을 만나고 새로운 자아를 보게 될 것이다.
벽암록의 한 구절이 뇌리를 스친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