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화)

  • 구름많음속초15.0℃
  • 구름많음18.9℃
  • 구름많음철원19.7℃
  • 구름많음동두천22.5℃
  • 흐림파주21.6℃
  • 흐림대관령9.8℃
  • 구름많음춘천19.0℃
  • 흐림백령도14.0℃
  • 구름많음북강릉15.1℃
  • 구름많음강릉16.2℃
  • 흐림동해15.8℃
  • 흐림서울22.6℃
  • 흐림인천21.9℃
  • 구름많음원주22.5℃
  • 흐림울릉도12.7℃
  • 흐림수원22.1℃
  • 구름많음영월23.8℃
  • 구름많음충주22.8℃
  • 흐림서산18.1℃
  • 흐림울진14.6℃
  • 구름많음청주22.7℃
  • 흐림대전21.6℃
  • 구름많음추풍령18.8℃
  • 구름많음안동19.3℃
  • 구름많음상주21.2℃
  • 흐림포항14.7℃
  • 흐림군산16.1℃
  • 흐림대구16.9℃
  • 흐림전주20.9℃
  • 흐림울산14.6℃
  • 흐림창원19.7℃
  • 흐림광주19.3℃
  • 흐림부산17.0℃
  • 흐림통영18.7℃
  • 흐림목포17.2℃
  • 구름많음여수17.3℃
  • 흐림흑산도14.1℃
  • 흐림완도17.6℃
  • 흐림고창15.6℃
  • 흐림순천17.2℃
  • 흐림홍성(예)20.1℃
  • 구름많음21.0℃
  • 흐림제주16.2℃
  • 흐림고산17.1℃
  • 흐림성산16.2℃
  • 흐림서귀포16.6℃
  • 흐림진주20.0℃
  • 흐림강화17.4℃
  • 구름많음양평22.8℃
  • 흐림이천22.7℃
  • 구름많음인제15.9℃
  • 구름많음홍천20.9℃
  • 흐림태백13.3℃
  • 구름많음정선군18.5℃
  • 구름많음제천20.4℃
  • 구름많음보은20.7℃
  • 구름많음천안21.7℃
  • 흐림보령17.2℃
  • 흐림부여21.0℃
  • 흐림금산20.3℃
  • 구름많음21.4℃
  • 흐림부안16.3℃
  • 흐림임실19.4℃
  • 흐림정읍17.3℃
  • 흐림남원19.4℃
  • 구름많음장수17.8℃
  • 흐림고창군16.7℃
  • 흐림영광군15.8℃
  • 구름많음김해시20.1℃
  • 흐림순창군19.8℃
  • 흐림북창원19.9℃
  • 흐림양산시18.7℃
  • 흐림보성군17.8℃
  • 흐림강진군17.3℃
  • 흐림장흥17.2℃
  • 흐림해남17.1℃
  • 흐림고흥16.8℃
  • 흐림의령군20.6℃
  • 흐림함양군19.1℃
  • 흐림광양시18.8℃
  • 흐림진도군17.0℃
  • 흐림봉화16.1℃
  • 구름많음영주19.5℃
  • 흐림문경19.8℃
  • 구름많음청송군16.9℃
  • 흐림영덕14.3℃
  • 구름많음의성20.0℃
  • 구름많음구미21.5℃
  • 흐림영천16.5℃
  • 흐림경주시14.7℃
  • 흐림거창18.3℃
  • 흐림합천19.8℃
  • 흐림밀양18.3℃
  • 흐림산청18.3℃
  • 흐림거제17.7℃
  • 흐림남해18.0℃
  • 흐림18.7℃
기상청 제공
[우외호 칼럼] 목련화 엘레지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외호 칼럼] 목련화 엘레지

우외호.jpg
우외호 논설위원

"여보 저기 봐요. 뒤뜰의 목련이 꽃을 피웠습니다"
 

필자는 아내의 외침에 작은 연못을 지나 잘게 부서지는 햇살 아래 섰다. 아름답다는 말조차 진부할 만큼 소풍 나온 새들의 지저귐이 울리는 가운데, 내밀한 뜰에서 목련은 원죄 없는 부활로 깨어나 원시의 꽃을 피웠던 것이다.  
 
메마른 가지에 꽃눈이 통통하게 부풀어 올랐던 그 목련이, 내내 침묵으로 일관하던 나무였지만 새봄을 맞으려고 꽃 몸살을 잔뜩 않고 있더니 어느새 활짝 꽃망울을 터뜨렸다.
 
이맘 철이면 쉽게 볼 수 있는 백목련이었다. 희부연 안갯속에서 일제히 한곳을 향해 소리 없는 몸짓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는 그 모습은 숨이 막힐 듯 아름다웠다. 필자는 한동안이나 넋 나간 듯 바라보았다.
 
그 모습은 마치 매서운 바람을 등지고 암컷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하얀 배속에 알을 품은 채 일제히 무리 지어 서 있는 남극의 펭귄을 보는 것처럼 숭고하기까지 했다. 목련을 보고 있노라니 귀에 익은 노래가 흥에 겨워 절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배달의 일이로다.
 
목련을 두고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요. 선구자라고 했다. 봄의 꽃에 붙이는 최대의 찬사이다. 불교적 분위기를 갖는 자목련은 내한성이 약해 중부 이북지방에서는 적응하기 힘들지만 하얀 목련은 북한에서도 잘 자란다고 전해진다.
 
조선의 한 스님은 "꽃다운 애정과 향기로운 생각이 얼마인지 아는가? 산사의 뜰에 핀 목련은 내가 세속을 버린 것을 한없이 후회하게 만드나니"라며 목련 꽃을 청정함의 대명사로 칭했다.
 
목련 꽃을 보고 있노라니 굳이 목련화 노래 가사가 아니더라도 그대처럼 순결하고, 그대처럼 강인하게, 그대처럼 우아하게 그대처럼 오늘도 내일도 아름답게 그리고 값지게 살아가고픈 생동의 계절이다.
 
어떤 이는 목련이 피는 것은 마냥 좋으나 너무 서둘러지는 것이 서러워서 생각을 재고해봐야 하는 꽃이라고 한다. 목련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기에 그랬던 것이다. 목련 향기는 꽃 차의 향기까지 깊게 해 꽃다운 애정과 향기로운 생각을 충만하게 한다.
목련 꽃잎 두어 장 주워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낸 다음 찻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목련꽃 차를 마셔보자. 지는 순간까지 끝내 아름다운 목련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뜨거운 물에 닿자 마치 붉은 피를 흘리며 순교했을 것 같은 하얀 목련이다. 절명의 순간에 향기로 부활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활의 내음을 맡고 싶으면 아름다운 향기로 생각을 거듭나게 하는 목련 꽃 차를 마셔볼 일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배를 타노라` 시인 `박목월`이 지은 노랫말의 시작 부분이다. 이 시는 6ㆍ25전쟁이 끝나갈 무렵에 작곡가 `김순애`가 학생들의 정서를 순화하기 위해 곡을 붙인 이래 국민의 애창곡이 됐다.
 
목월이 아름답게 표현한 깨끗하고 우아한 이미지의 목련이다. 봄의 전령이라는 목련은 우리들에게 목련처럼 우아하면서 희망찬 삶을 살아가라고 꿈을 선물하는 것이다.
 
목련에 얽힌 전설 하나를 들어보자.
 
`아득한 옛날 하늘나라에 아름다운 공주 `플로다`가 살고 있었는데, 신 `윈리스`를 사랑했다고 한다. 어느 날 플로다 공주는 몰래 궁궐을 빠져 나와 북쪽 바다로 달려가서 윈리스를 만났다.
 
그곳에서 공주는 그에게 아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실망한 나머지 바다속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바다의 신 `윈리스`는 매우 슬퍼해 자기의 아내에게 독약을 먹여 죽인 후 `프로다`와 나란히 묻어주었다. 그 이후 흰빛의 백목련이 됐고, `윈리스`의 아내는 붉은 자목련으로 피어났다고 하는 전설이 전해진다.
 
따사로운 봄볕 등에 지고 자태를 뽐내듯 피어난 목련을 바라보며 희망과 부활의 삶을 노래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이런 심상으로 백일홍과 어깨동무를 진 백목련을 감상하며 졸 시 한 수를 읊어본다.
 
하얀목련화
새색시의 하얀 가슴을 드러낸들/ 부끄러운 듯 고개 떨구는 네 모습은/ 내내 가슴 설레게 한 여인네 목선인양 고와라/ 순백의 원초적 향기 집 안 가득/ 다시는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 말 안 하마/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적 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희망하지 않을 것이다.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 목련이 완전 꽃을 피웠다. 무성해진 여름 나무마냥 나무 전체가 꽃들로 가득하다. `박목월`의 시 `4월의 노래`에서처럼 필자도 저 풍성한 목련 꽃그늘 아래서라는 베르테르처럼, 첫사랑의 연인으로부터 받은 편지를 읽고 싶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