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사업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강의는 어설프지만 글을 쓰면 너무나 주옥같은 문장들이 뭇사람들을 사로잡는 사람이 있다.
초등학교 문턱에도 안 갔는데 여는 대학교수보다 유식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 식자우환이라는 고사가 있다. 이는 아는 자에게는 항시 근심이 따른다는 뜻을 내포하는 글이다.
중국 당나라 때의 선종의 효시를 이뤘던 운문 선사라는 분이 계셨는데 `운문종`을 창건했다.
그는 후학들에게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고 갈파했다. 뜻은 `하루하루가 좋은 날이 돼라`이다.
그렇다. 매일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과 즐거운 날이 돼야 하고 항시 충만된 인생을 살아가야만 한다.
자칫 잘못하면 방종과 안일에 빠지게 된다.
그러면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본 위원은 이를 두고 일일시호일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맨손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맨손으로 떠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에서 출발해 유를 창조하고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세상을 떠난다.
며칠 전 해방둥이 한 분이 세상을 하직했다.
김모 씨는 젊었을 때 JC라는 젊은 단체에 들어가 회의진행법도 배우고 대인관계, 스피치 등 나무랄 데 없었다. 매사에 일도양단에 군더더기가 없고 항상 올바른 판단으로 사회에 나와서도 지도자급에서 놀았다.
그리고 그는 돈도 잘 사용했고 술집에 가서도 리더십을 발휘했다. 어떤 때는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면도 있었으나 몇 가지 단점보다 장점이 많았다. 그런데 심근경색으로 한많은 세상과 하직하게 됐으니 이제는 걸걸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사람이 애탕개탕 살아갈 필요가 없는데 왜 그렇게 시시비비를 따지고 내가 제일인 양 하면서 살아가도 죽음 앞에서는 이를 피하지 못했다.
누구를 막론하고 죽으면 끝이다. 화려한 경력이나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공수레공수거(空手來空手去)`가 바로 현실이 되는 것이다. 본 위원도 김모 씨의 부고를 접하고 나 또한 피할 수 없는데 하면서…. 오늘부터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책장에 있는 책부터 정리하기에 이르렀고 고가의 그림이나 액자, 오래된 도자기까지 조금 간출하게 살려고 나를 따르던 지인들에게 조건 없이 선물했다.
같은 물건이라도 내가 죽으면 아들에게 이 물건을 아무개에게 갖다 주라고 하면 받는 사람은 꺼림직 하다. 왜냐하면 혹시 귀신이 붙어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 있을 때 주면 감사하다고 받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인지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이 유행되는지 모를 일이다.
착한 일 하나라도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본 위원에게 시(詩)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매주 수요일 시 창작교실 수업을 진행하는 곳인데 시를 모르기 때문에 배우는 것이지 알면 배울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흔히 "선생님 이 시를 고쳐주십시오"라고 한다. 나는 항시 대답하기를 "내가 자전거방 하나, 시를 어떻게 고치냐"하며 `퇴고(推敲)`라는 말을 곧장 쓴다.
생활하다보면 짜증이 나는 일, 듣지 싫은 일 등 다반사로 엮인다. 그러므로 `매일 매일이 좋은 날`만 생각하면 하나도 흠 잡을 필요가 없다.
죽으면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요 삶이다. 무엇이든지 살아있을 때 잘해야 된다. 나보다 먼저 이웃을 염려하는 자세 속에서 자아(自我)의 본질을 찾을 수 있다.
경자년이 요란스럽게 밝았지만 검찰개혁이다 뭐다 해서 나라가 어수선하다. 이럴 때 일일시호일을 되내이며 앞을 보자. 그러면 더 밝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