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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외호 칼럼] 역경을 딛고 꽃을 피우는 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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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외호 칼럼] 역경을 딛고 꽃을 피우는 매화

우외호.jpg

지난겨울엔 눈이 내리지 않았다.
 

필자는 첫사랑의 연인과 눈밭을 거닐며 가슴 설레었던 추억들을 떠올렸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봄비마저 내렸으니 진정한 봄이 시작되었나 보다.
 
오늘 아침은 나뭇가지 사이로 피어오르는 햇살이 더없이 포근하다. 햇살에 비친 밝은 구름은 일요일의 아침처럼 여유롭게 흐른다. 인적이 드문 들판에는 짝을 찾아 나선 고라니 몇 마리가 사람의 기척에 후다닥 달아난다. 감나무 가지에서 감을 파고 있는 까치의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소나무 숲속에서 재잘거리는 새소리는 필자를 환영하는 몸짓 같다.
 
비로소 한 해의 시작이라고 하는 봄은 꽃의 천국이다. 얼음 속에서 피는 복수초가 제일 먼저 핀다. 또 어떤 사람은 찬 눈 속에서 피어나는 매화를 봄의 전령으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 어떤 꽃이 반드시 먼저 핀다고 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에 처한 환경에 따라 꽃을 피움으로써 저마다 봄이라는 계절을 세상에 알린다.  봄 하면 떠오르는 꽃이 바로 매화나 산유수이다. 날씨가 조금 더 포근해지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배꽃과 벚꽃 그리고 복사꽃까지 그야말로 봄은 꽃들의 경연장이자 향연임은 분명하다.
 
아직도 조석으로 싸늘한 날씨에 몸을 움츠리지만 매화는 봄의 기지개를 펼친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어김없이 매화는 꽃을 피운다. 하물며 사람이 어려운 처지를 핑계 대며 인생의 꽃을 피우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매화가 사람에게 중시되는 까닭은 담박한 성품과 추위를 고고히 이겨내는 절개와 인내에 비교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시린 봄빛의 유창함도 매화의 마음을 음란하게 할 수 없다. 눈 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매화의 생명력과 인내력은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굳건한 의지를 드러낸다. 그렇기에 예전부터 많은 시인이나 화백들은 매화를 화폭에 담았던 것이다. 굳이 생태계를 따지자면 매화보다 일찍 피는 꽃이 당연히 있겠지만 옛사람들은 자태가 고울 뿐 아니라 고고한 품격을 지닌 매화를 봄의 화목으로 꼽았다.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라 불리는 매화는 다른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맨 먼저 피어나며 살을 에는 바람과 눈서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언 땅 위에서 꽃을 피우다보니 `세한의 군자`라고 한다. 눈이 내릴 때 핀다고 해 `설중매`라고 한다. 꽃의 색깔은 흰색과 홍색이지만 흰색 중에서도 벽옥의 빛을 띠어 하얀 것은 `목매`라고도 한다. 매화는 청고하고 창연한 고전미가 있어 가장 동양적이며, 추위 속에 꽃이 피어 `한사`라고 상징하기도 한다.
 
얼마 전 남도의 매화꽃 세상으로 봄나들이 여행을 떠났다. 화개 장터에 도착하니 봄이 밀려오는 섬진강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섬진교를 건너자 강물은 머물 듯 조용조용 흘렀다. 섬진강의 금빛 모래사장과 청정한 대숲 강 주변의 마을에는 매화꽃 물결이 마치 동화 속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양지바른 산자락의 이름난 청 매실 농장 주변은 봄꽃 축제 마당이 펼쳐지고 있었다.
 
남도의 봄볕은 고운 국수발처럼 펼쳐졌다. 잘 가꾸어진 분재, 매화와 꽃 묘목들이 길손을 기다리고 있었다. 담장 밑으로는 노란 수선화가 둘러앉아 아양을 떨고 있었다. 산자락과 밭두렁에 흰색과 분홍의 화사한 매화꽃과 샛노란 산유수가 환하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펼쳐졌다.
 
온 세상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뽀얀 매화는 군무를 추듯 하얀 구름 가득한 모습은 `몽유매원도`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온갖 악조건 속에서 때가 되면 기어코 꽃을 피우고 또 피우는 민초 혹은 민중의 야생화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 이렇게 살아왔다. 매화꽃 터널을 걸으면서 은은한 향을 음미하니 내면의 뜰에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것 같았다. 
 
봄이 오는 소리에 놀란 동장군이 매향에 취해 북녘으로 멀리 달아나고 산야에는 봄기운이 아우성이다. 봄은 첫사랑의 연인처럼 살랑살랑 실비처럼 다가온다. 싱숭생숭 처자들 가슴 들썩이며 봄을 알리는 것은 화신이다. 봄은 가려운 듯 엉킨 산수유들이 몸을 서로 문대며 기지개를 켠다. 노란 꽃망울이 톡톡 터져 물처럼 번지는 게 한 장의 엽서처럼 아름다웠다.  
 
우리는 매 순간 늘 행복을 곁에 두고 살면서도 행복과는 너무 멀리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있을까 말까 한 큰 행운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일어나는 작고 소담한 일에서 기쁜 마음이 일어 행복이 된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보려 하지 않는 것이 욕심을 부리게 되는 것이다.  
 
설한 폭풍을 헤쳐 온 듯 옹이진 가지에 수줍게 꽃망울을 터트린 매화의 고절함과 미감의 생명력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민초의 삶과 닮았다고 해서 그 강인한 자태를 보려고 옛 선비들은 설중매가 피는 곳이면 발목을 적시는 눈길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녔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성현 군자나 선비들이 매화는 고결하고, 지조 높은 기개가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많은 사랑을 받은 꽃이 매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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